지난해 낚싯배가 교각을 들이받아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.
이 사고로 숨진 40대 남성의 아내가 채널A에 제보를 해왔습니다.
'제때 구조되지 못해 남편이 숨졌다'는 주장인데, 당시 구조 상황이 어땠는지, [다시간다]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지난해 10월 31일,
48살 안모 씨는 태안반도 인근에서 낚싯배 충돌 사고로 사망했습니다.
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.
[숨진 안 씨의 부인]
"의문을 제기하니까 (해경 측이) '사람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'"
당일 새벽 어둠 속에서,
안 씨 등 22명을 태우고 충남 오천항을 떠난 낚싯배는
18 에서 15노트, 시속 30킬로미터 내외의 속도로, 원산-안면대교 교각과 충돌했습니다.
이른 새벽, 다시 찾은 사고 현장.
많은 낚싯배들이 지나다니는 곳입니다.
다리 경관등은 환히 켜져 있었지만,
교각의 충돌 방지등은 여전히, 정상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.
[김희중 / 인근 낚싯배 선장]
"다리 위 가로등 외에는 켜진 게 없었다니까요."
구조 문건을 확보해, 상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.
당시 선장 승객 모두 큰 충격을 받았고, 배는 표류했습니다.
새벽 5시 41분, 첫 신고가 접수됩니다.
안씨는 선실에서 다른 3명과 누워 있었는데. 갑작스런 충돌에 옆 승객은 갈비뼈가 부러졌을 정도로,
충격이 컸습니다.
[김정기 / 사고 생존자]
"'쾅' 하는 순간에 벽 쪽으로 쏠린 거죠. (저는) 갈비뼈가 다 부러졌어요."
해경은 즉시 출동하면서, 사고 지점에서 배로 30분 거리인 대천항에 다수의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집결시킵니다.
그리고 사고 배에 도착해 승선한 해경은, 이송지를 대천항보다 가까운 영목항으로 바꿉니다.
[해경 관계자]
"(해경 대원이) 탑승했을 때 의식 없는 환자들이 있었고요. 가장 신속히 내려서 119에 인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…"
영목항엔 신고 접수 50분이 지난 시점에 도착했고
여기서 승선 22명 가운데, 9명은 중환자로 분류돼 하선 조치됐습니다.
그런데 안 씨는 중환자로 분류되지 못하고 배에 남겨졌습니다.
영목항에 34분 체류한 뒤, 해경은 배를 오천항으로 이동시킵니다.
그렇게 오천항으로 이동하던 중, 안 씨에게 심정지가 왔습니다.
사고 발생 99분 만이었습니다.
유족들은 '사고 발생'에서 '영목항을 거쳐 '심정지'까지의 '99분' 동안 제대로 처치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.
[숨진 안 씨의 부인]
"영목항으로 꺼냈다면(하선했다면), 구급차로 이송이 됐다면, 사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겠죠."
사고 55분 뒤, 통화도 했었다고 합니다.
[숨진 안 씨의 부인]
"(남편이) 나 가슴 다쳤어. 해경이나 구조대가 오면 내 가슴은 건들지 말라고 얘기해줘…"
왜 안 씨는 하선 조치되지 못했을까.
당초 대천항에서 영목항으로 바꾸면서, 영목항 도착 시점엔, 1급 구조사 한 명, 구급차 한 대가 대기 중이었는데,
1급 구조사 혼자서, 22명 전원의 상태를 살피다 보니, 매우 '혼란스러웠던'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.
또 다른 사망자 최모씨도, 영목항에 도착해, 31분이 지나 심정지가 왔는데,
그때서야 제대로 된 구급 조치가 실시된 것으로 보입니다.
[A씨 / 사고 생존자]
"(영목항 하선) 20분 정도인가 (지나서) 돌아보니까 (긴급환자가) 숨을 안 쉬고 계시더라고요."
나머지 환자들도, 구급차를 1~2시간씩 기다려야 했고,
응급 환자가 사고 4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하기도 했습니다.
[이만희 / 국민의힘 의원]
"해경 지휘관들의 현장 판단, 발생할 수 있는 예측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고요. 응급구조 매뉴얼에 대한 검토가 다시 한 번 이뤄져야 (합니다.)"
[우현기 기자]
부상자를 어느 항구로 옮겼어야 했냐에 대한 판단은 뒤로하더라도,
구조당국이 구급 인력과 장비를,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.
'다시간다' 우현기입니다.
whk@donga.com
영상취재 : 윤순용 김명철
영상편집 : 윤순용
그래픽 : 김승훈 안규태 서수민 임솔 박정재 박재형 고정인
자료출처 : 이만희 의원실